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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요금인가제가 30년 만에 폐지됩니다.

 

통신 요금인가제란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요금 상품을 낼 때마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시민단체들은 이 규제가 없어지면 통신요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도입 당시와 시장 상황이 달라졌고 요금인가제가 되레 통신사 간 경쟁을 저해한 측면이 있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요금인가제 폐지안이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로써 1991년 도입된 요금인가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 미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금 약관을 제출하고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한 것입니다. 이동전화 시장에선 SK텔레콤, 유선전화 시장에선 KT가 인가 대상입니다. 나머지 통신사들은 과기정통부에 신고만 하면 됩니다.

 

가입자가 크게 준 유선전화 시장에선 요금인가제가 사실상 효력을 잃었고 이동전화 시장에서의 존폐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당시 요금인가제 도입 취지는 통신 시장의 과점 사업자가 후발 사업자가 따라올 수 없는 낮은 가격의 요금상품을 내놔 점유율을 높이거나, 반대로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과도하게 높은 요금을 받는 약탈 행위의 방지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나타난 현상은 이와 달랐습니다.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정부에 제출하면 KTLG유플러스가 이 정보를 알아내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는 일이 지속되었습니다. 정부가 사실상 '요금 하한선'을 정하는 효과를 내 통신사 간 요금 경쟁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정부는 2014년부터 폐지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인가제가 없어지면 통신요금이 오를 것이란 시민단체들의 주장이 나오면서 번번이 미루어졌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양쪽 의견을 절충해 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를 도입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SK텔레콤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통신요금을 신고한 뒤 시장에 내놓으면 정부가 사후에 15일 동안 심사해 문제가 있을 경우 반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요금인가제 폐지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인가제라는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요금 인상을 막지 못했는데 이것마저 없어진다면 통신사들이 요금을 폭발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인가제를 운영하면서 SK텔레콤의 통신요금 신청이 반려된 사례가 그동안 한 번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지난해 4,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SK텔레콤이 7만원이 넘는 요금제만 신청하자 과기정통부는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반려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업계에선 요금인가제 폐지가 통신사 간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진 5G처럼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 SK텔레콤이 요금제를 정부에 제출하면 나머지 두 통신사도 이와 비슷한 요금제를 선보였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가제가 없어지면 통신사들이 각사의 여건에 따라 고객을 유인할 요금 상품을 개발하는 등 요금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심 당사자인 SK텔레콤은 이번 법 개정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 법이 생길 당시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하면서 40%대로 떨어졌다", "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한데 요금인가제가 없어졌다고 통신 요금을 올린다면 고객들이 다른 통신사로 곧장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유보신고제가 충분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요금 출시까지 3~4개월이 걸리는 경직된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소매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규제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