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이야기 – 선거의 경제학
안녕하세요.
오늘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그래서 선거와 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선거공영제
'선거공영제'는 선거운동의 자유방임으로 일어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선거를 관리하고, 그에 소요되는 선거비용을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선거의 형평을 기하고 선거비용을 경감하며 나아가 공명선거를 실현하려는 선거제도입니다.
또, 선거공영제는 돈이 없어 선거에 입후보하지 못하는 유능한 사람에게도 입후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선거운동의 과열방지와 후보자간 선거운동의 기회균등을 통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데도 기여합니다. 반면에 선거공영제가 확대되면 후보자가 부담하는 비용의 감소로 많은 사람이 후보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으며, 또한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높이는 문제점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비용
이처럼 선거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원칙입니다. 한마디로 후보자의 경제력이 선거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돈이 없어도 유능한 후보가 나올 수 있게 공정한 출발선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오늘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선거의 경우 기본적으로 12개 정당에 440억7000만원의 선거보조금이 지급되었습니다. 총 선거권자 수에 800원을 곱한 금액을 국회의원 의석 수 및 득표 수 비율에 따라 정당에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더욱이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일정 요건을 갖춘 후보자에게는 선거운동에 쓴 비용을 돌려줍니다.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고, 10% 이상 15% 미만의 표를 얻은 경우에는 선거비용의 절반을 돌려받게 됩니다.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후보자 명부에 올라 있는 후보자 중 당선인이 1명이라도 있으면 전액을 돌려받습니다.
대신 후보 1인당 쓸 수 있는 선거비용에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과 해당 지역구의 인구수를 반영한 금액으로 21대 총선의 경우, 지역구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평균 금액은 1억8200만원입니다. 비례대표 선거는 48억8600만원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보다 각각 600만원, 6900만원이 증가하였습니다. 과거에는 돈이 많은 사람들만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이제는 돈이 없어 출마를 포기한다는 말은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선거의 경제적 효과
선거가 가진 경제적 효과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총선을 치르는 데 드는 국가 예산만 약 4,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표관리와 개표관리, 선거사무 등에 투입되는 인력은 55만 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뽑힌 21대 국회의원 300명은 4년 임기 동안 총 2,0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심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선관위가 추산한 한 표의 가치는 약 4660만원입니다. 여기에 입법 등 정치활동의 경제적 영향력까지 더해지면 선거의 경제성은 추산하기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릅니다.
선거는 제로섬 게임
한편,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네거티브' 선거전이 어김없이 재현되었습니다. 사실 모든 선거는 철저한 제로섬 게임입니다. 상대의 승리는 나의 패배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네거티브 전략을 많이 구사하고 있는데, 네거티브 선거전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요?
이에 대한 이유는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경제학 이론들로 증명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헤럴드 호텔링(Harold Hotelling)은 1929년 발표한 논문 '경쟁에서의 안정성(stability in competition)'에서 두 가게가 매장 위치 경쟁을 벌이면 둘 다 중앙에 자리 잡게 됨을 이론적으로 증명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가게가 매상을 많이 올리기 위해서는 해변 입구나 끝이 아닌 중간에 위치해야 유리하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앤서니 다운스(Anthony Downs)는 1957년 호텔링 이론을 선거에 적용해 미국과 같은 양당제의 경우 두 당의 선거공약은 중도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음을 밝혔습니다.
즉,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집권에 필요한 과반수 득표를 얻기 위해 중간 수준의 선호를 가진 투표자를 겨냥한 엇비슷한 공약을 제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두 정당의 정책이 비슷해지면 결국 효과적인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쪽이 득표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를 게 없습니다. 거대 양당이 고정 지지세력 외에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서로 엇비슷한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차별성이 적어지자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네거티브 전략도 하나의 선거 전략이긴 합니다만 그 정도가 지나친 것이 문제입니다. 도가 넘는 네거티브는 오히려 유권자의 외면을 받기 십상입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도 정책대결보다는 포퓰리즘 공약만 난무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연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지 유권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은 투표를 하는 날이니만큼 설사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차선의 후보를 골라서 투표는 해야겠죠. 언제나 선거 때마다 겪는 난감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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