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역사 알아보기
불과 인터넷, 그리고 돈은 인류의 3대 발명품입니다.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Antoni Gaudi)의 ‘사실 인간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는다. 단지 발견할 뿐이다.’라는 말에 의하면 발명이 아니라 발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돈이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돈이 탄생한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돈이 문자보다 먼저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5천 년 전부터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고대 문명에서는 서로 사고파는 생산물의 가치를 평가할 ‘척도’가 필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돈이 필요했고, 돈의 토대는 상호신뢰라는 단순한 개념이었습니다.
다만, 기원전 3,200년경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돈의 개념이 탄생했고, 오늘날 우리가 ‘돈’이라 부르는 것을 이용한 최초의 실험이 몇 차례 행해졌습니다. (The Book of Money, Daniel Conaghan & Dan Smith, 2013)
그리고 ‘돈(Money)’이란 단어는 로마의 여신 ‘주노(Juno Moneta)'에서 비롯되었는데, 주노가 경고와 조언을 관장했다는 점에서 돈의 가치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예시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배우다, 권오상, 2017)
동전의 발전
돈은 기원전 8세기경부터 서기 1세기 중엽까지 이어진 그리스·로마세계에서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기원전 600년경, 리디아 (Lidia, 현재의 터기 서부)의 수도 사르디스(Sardis)에서 알리아테스 왕(King Alyates)이 울퉁불퉁한 모양의 금은 합금 덩어리를 주조해 만든 동전이 등장했습니다. 오늘날 ‘리디아의 사자(Lydian lion)'로 알려진 그 돈은 세계 최초의 동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알리아테스 왕이 동전을 만든 이유는 정복전쟁에 동원된 그리스 출신의 용병들에게 급료를 지불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리디아의 동전에 영향을 받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도 광산에서 채굴한 은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동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동전 생산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화폐 주조소도 점점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 크레타 섬에 최초의 화폐주조소가 들어서면서 고도의 기술적·미학적 품질을 갖춘 동전이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각 도시국가들이 국가의 권위를 금·은·청동 조각에 말 그대로 ‘각인’해 화폐를 발행하고 통제함으로써 얼마 지나지 않아 화폐 주조 관행이 널리 퍼졌습니다.
다락방에 갇혀 있던 화폐의 부활
로마제국이 몰락한 이후 화폐는 다락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중세 시대에는 돈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쓸 만한 일이 없었고, 필요한 것을 얻으려면 물물교환으로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사회를 구성했던 순진한 사람들은 역할이 매우 분명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세 계층으로 나뉘었는데, 가장 위에는 기도로 악마와 싸우는 성직자(기도하는 자)가 있었고, 그 바로 아래에는 칼을 들고 교회의 적과 싸우는 귀족(싸우는 자)이 있었습니다. 제일 아래에는 나머지 사람들, 즉 백성(일하는 자)이라는 거대하고 혼란스러운 무리가 있었습니다. 백성은 노동하는 것으로 다른 두 계층, 즉 찬송가를 부르거나 칼을 휘두르느라 여념이 없는 계층을 부양할 의무를 졌습니다.
확실히 돈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곡식을 수확한 농부는 가장 먼저 일정한 양을 자기의 주인에게 바쳤고, 다음 해에 씨로 뿌릴 일부를 따로 보관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남은 것이 있으면 자신과 가족의 배를 채울 식량으로 삼았습니다.
중세시대의 부자는 돈 대신에 농부 무리를 거느렸습니다. 그들은 토지의 주인이었고 농부들은 주인을 위해 빵을 만들 밀과 고기를 구울 짐승을 그의 성으로 가져갔습니다.
당시의 부자는 노예와 하인, 전쟁에 쓸 무기를 소유했으며, 사냥터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당시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들보다는 권력자에 더 가까웠습니다.
이 체계는 어느 날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나타날 때 까지 수세기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인물들은 기도하지도, 싸우지도, 밭을 일구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일용할 양식을 구해야 했는데, 그제야 로마인들이 사용했으나 기억에서 잊힌 물건, 바로 모네타(Moneta)'가 필요해졌습니다.
한편, 이 즈음 프랑크의 국왕 카롤루스 대제는 서기 781년에서 791년 사이에 고대 로마의 부활을 열망하면서 새로운 화폐를 주조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광대한 제국에 그가 만든 화폐를 사용할 것을 명령했고, 9세기에 그가 만든 은화는 사실상 현재의 유로화 같은 유럽의 단일 화폐가 되었습니다. (돈의 발명 ; 유럽의 금고 이탈리아, 금융의 역사를 쓰다, 원제 "l'invenzione dei soldi. quando la finanza parlava italiano”,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 2015)
이후 ‘돈’은 15세기까지 다양한 변화와 변천을 겪게 되고, 1472년에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 은행(Banca Monte dei Paschi di Siena)이 설립됩니다. 이 은행이 현재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며, 현재는 이탈리아 3위의 은행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이제 돈은 은행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며, “은행가는 돈을 그것이 있는 곳에서 그것이 필요한 곳으로 옮기는 직업”이라고 훗날 빅터 로스차일드가 말했다고 합니다.
현대의 돈
20세기 후반에 돈은 금속 동전, 면 지폐, 종이 수표 등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신했습니다. 신용카드와 직불카드가 현금자동입출금기, 칩카드와 개인식별번호 단말기, 카드결제 고객 서비스 등과 결합되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이제 돈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건네줄 필요 없이 현금을 인출하고, 예금하며 지출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어음이나 수표로 옮겨갔고,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 은행계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20세기에는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대용화폐의 일종인 포인트제도와 회원보상 제도 같은 실험적인 수단도 등장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어느새 ‘화폐의 종말’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고, 동전과 지폐 없이 거래하는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돈의 역사
우리나라의 돈의 역사도 서양과 비슷한 길을 걸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은 돈에 대한 ‘인식’이 서양의 그것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문화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같은 동양권인 중국과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돈에 대한 인식이 현재 경제력의 차이를 만든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돈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Edwrd Hallett Carr)에 의하면,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대화의 주체는 개인이 아니며 당시 사회와 오늘의 사회간의 대화이며, 더 나아가 역사란 과거의 사건들과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목적들 사이의 대화라고 합니다.
이를 최대한 압축해서 해석하면 ‘역사란 과거를 이해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인데, 돈의 역사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돈의 과거를 이해하고 돈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돈의 미래를 준비하면서 과거의 ‘돈에 대한 나의 습관이나 인식을 되돌아보고’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으로 부터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돈은 가치중립적인 사물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돈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돈과 친해질 수 있고, 돈과 친해져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많은 언론이나 영화나 소설에서에서는 돈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있는데, 이는 관심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됩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간략하게 돈의 과거를 알아보았지만, 실제 돈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장구한 세월동안 여러 분야와 복잡하게 얽혀져 수많은 변화와 변천을 겪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돈의 미래’에 관한 것이 더욱 중요하기에 돈의 미래에 대해서는 향후에 별도로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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