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돈 이야기 (Happy Money Story) :: [이슈] 반도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향은?

재미있는 돈 이야기 (Happy Money Story)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

미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Huawei)가 취득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겨냥한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화웨이 역시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나 기술과 관련된 반도체를 구입하거나 반도체 설계를 활용할 경우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경우 화웨이는 반도체 조달 길이 대폭 봉쇄돼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만 TSMC가 타깃

이처럼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화웨이 추가 제재안'의 첫 번째 타깃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될 거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화웨이는 반도체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TSMC를 통해 통신칩 등 필요한 반도체를 공급받아 왔습니다. 미국이 자국 기업인 퀄컴의 통신 반도체 공급을 끊었는데도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출시할 수 있었던 것도 TSMC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중국도 보복 예고

이에 중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애플, 퀄컴, 보잉, 시스코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지난 17일 중국 상무부는 "일체의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에서 "미국은 소위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수출입 통제를 남용해 다른 나라의 특정 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원리와 공정 경쟁을 해치고, 국제 무역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조치이자 세계 산업 공급망 안전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 기업의 이익을 손상하고 미국 기업과 다른 나라 기업의 이익을 해치는 것" 이라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중국 정부가 꺼내 들 만한 카드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보복 조치는 외국기업 블랙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에 미국 기업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잉 항공기 구매를 취소하는 카드도 보복 조치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 양국 간의 수출 규제가 다른 업종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의 영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은 우리 기업에 별다른 요구를 안 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곧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화웨이 제재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 반도체 업계 입장에선 연간 10조 원에 달하는 화웨이 매출을 당장 잃게 된 셈입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269,900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125,600억 원이 중국에서 나왔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번 규제는 화웨이가 설계한 비메모리 칩에 초점을 맞춰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만의 TSMC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의 공장에서 미국 기술을 활용해 생산된 칩과 다른 소프트웨어도 판매가 차단될 수 있다고 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또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120일간 유예기간을 뒀는데, 이는 정부가 규정을 개정할 수 있도록 기업에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이번 제재가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과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IM 사업부에는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화웨이가 타격을 입으면 삼성은 점유율 확대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이 1, 화웨이가 2위였지만 격차는 3.6%p,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확실히 보려면, 현재 점유율 1%대에 불과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해야 하는데, 이번 제재가 중국의 애국 소비심리를 부추길 가능성을 감안하면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서도 화웨이와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선 글로벌 시장 1위가 화웨이, 2위가 삼성인데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후 삼성은 미국의 이통사와 장비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의 미국 조치가 당장에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우리 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재용 부회장, 중국 반도체 공장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8일 중국 산시성에 있는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캄파나스 공장을 찾은 이후 100여일만의 해외 현장 방문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방문한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큰 사업장입니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이자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시안 공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반도체 굴기에 맞서는 삼성전자의 최전선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부터 150억 달러(1850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시안 반도체 2공장을 증설 중입니다. 지난 3월엔 시안2공장 투자 출하 기념행사를 진행했고, 지난달에는 2공장 증설에 필요한 기술진 200여명을 전세기로 파견하기도 했습니다. 이곳에는 현재 3,00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 정부도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을 특별대우하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에 우호적인 손짓을 보이며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계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중국 시안공장 방문은 코로나 사태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빠르게 변하는 반도체 지형도에서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시안 현장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강조했습니다.